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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의 형사소송법 개정 주장에 대하여(이문재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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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홍보실 작성일05-05-25 16:27 조회8,82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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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신문(2005.5.9.)에 게재된 이문재 변호사의 시론입니다

경찰 수사권 독립이라는 대통령 선거공약을 배경으로 사법개혁추진위원회가 검찰의 수사권을 박탈하려는 시도(?)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경찰을 대표한 김학배 경무관의 글이 법률신문(2005.4.28.자)에 실렸다. 이 글은 한마디로 검찰에 기소권과 수사권이 독점되어 그 횡포를 막을 장치가 없으므로 이를 분리하는 것이 견제와 균형이라는 민주주의 원리에 합당하다는 것으로 요약될 수 있는바 그 비논리성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기에 이 글을 쓰는 것이다.

1. 수사와 공소권은 분립될 수 없는 권력이다.

경찰주장은 수사권과 기소권이 분립되는 것이 견제와 균형이라는 민주주의 원리에 합당하다고 쓰고 있다. 그러나 이는 권력분립과 견제와 균형이라는 민주주의의 대원칙을 교묘하게 악용하는 잘못된 이론에 불과하다.
잘 아시다시피 권력분립이란 입법, 사법, 행정과 같이 확연히 대립되고 대등한 수준의 기능을 행사하는 국가기관을 별개 기구로 분립시켜 어느 일방의 독주를 견제하자는 원리이지 하나의 국가 기능을 단계별로 분립시켜서 견제하게 한다는 것은 전혀 사리에 맞지 않는 것이다.
이는 마치 입법부의 발의기구, 토론기구, 의결기구를 각각 분립시키고 재판에 심리와 판결을 분립시키자는 주장과 같다. 기소, 불기소는 수사의 결론에 해당하므로 기소권과 수사권은 동일한 국가권력의 일련의 과정을 구분한 것일 뿐 동전의 양면처럼 분립될 수 없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민주화 과정에서 민주주의의 원리가 오·남용되는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예컨대, 세계의 명문대학은 우수한 학생을 모집하여 실력있는 졸업생을 배출하고 좋은 연구실적을 올린다는 대학본연의 목표달성을 위하여 학교 운영주체가 경영전문가를 대학 총장으로 영입하여 대학을 경영하고 있는데 반해, 우리나라의 대학은 엉뚱하게도 교수들끼리 모여 인기투표로 총장을 선출하는 곳이 많이 있다. 선출된 총장은 자기 파벌을 보호하고 목숨을 연명하고자 운동권 학생 대표에게 자판기 운영 등의 이권을 바치고 학교를 정치난장판으로 만들고 있는 것이 현실 아닌가.
이런 인기투표 총장들이 대학의 질 경영과는 아무런 관계도 없는 민주화 주장을 내세우듯이 수사권과 공소권은 분리될 수 없는 동전의 양면에 불과한데도 엉뚱한 3권분립원칙을 갖다 붙인 것은 논리 왜곡에 불과한 것이다. 음식을 소화하는데 위장과 소장을 분립시켜 견제와 균형을 해야 한다는 논리가 성립될 수 없듯이 수사와 기소는 결코 분리될 수 없는 일련의 국가기능인 것이다.

2. 영국의 검찰청

경찰은 영국에서 1985년에 공소청을 만든 것이 수사, 기소권 분리의 논거가 되는 양 주장한다. 이 따한 역사에 대한 몰이해나 왜곡의 결과이다.
본래 프랑스, 독일 등의 대륙법계는 일찍부터 판사와 대등한 자격과 지위를 갖는 검사 제도를 만들어 수사와 공소를 주재하고 경찰을 지휘, 감독하도록 해왔지만 영국은 검사제도가 없이 경찰이 수사. 기소를 독점해왔으므로 경찰의 횡포를 막기 위하여 직접 판사가 수사 과정부터 간섭하는 영장 제도 등을 만들었다. 결국 수사 시작 단계부터 바로 판사의 법정에서 모든 수사가 이루어지다보니 판사가 사실상 수사를 지휘하는 검사 역할까지 해 온 것이 영국 사법제도다. 판사가 그 많은 경찰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므로 수사가 비효율적이고 경찰의 인권 침해도 많았던 것이다.
미국도 영국 제도를 이어 받았지만 일찍이 대륙의 검사제도가 우수함을 알고 독립 후 바로 검찰제도를 도입하여 법원에 오기 전에 미리 경찰의 수사를 통제하도록 해 왔는데 현재는 검찰이 사실상 수사의 중심기관으로 발전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영국은 전통적으로 계속 원시적인 경찰독점 수사체제로 운영해 오다가 어쩔 수 없이 뒤늦게 검찰제도를 도입한 것이다.
프랑스, 독일 등의 대륙법계에서는 지금까지 수사, 기소의 주재자로서 검찰제도를 변경한 적이 없다. 검찰이라는 사법부에 버금가는 엘리뜨 조직이 경찰을 지휘하고 중요한 사건은 직접 수사하고 공소까지 책임지는 이 제도가 범죄의 척결이나 국민의 인권보호에 그만큼 우수한 제도이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검찰제도가 없던 영미에서도 대륙법계의 검찰제도가 우수한 점을 인정하여 어쩔 수 없이 엘리뜨 검찰제도를 도입하고 있는 것인데 경찰주장은 마치 영국이 수사와 기소권을 분립시키려고 검찰제도를 도입한 것인 양 역사를 왜곡하고 있는 것이다.
만일 수사권과 공소권을 분립시켜 견제와 균형이 필요하다면 민주주의의 나라인 영국에서 어찌하여 수백년 동안 경찰에 수사와 기소를 독점시켜 두다가 최근에야 검찰청을 설립했겠는가. 말이 안 되지 않는가.

3. 대한민국의 경찰은 독립된 수사권이 있다.

한국의 검사장을 미국에서는 검사라 부르고 일반 검사를 검사보라고 부르지만 결국 모든 권한은 한국과 같다. 경찰과의 관계에서도 미국은 협력관계라고 하고 한국에서는 지휘 관계라고 하지만 한국경찰은 서류로 지휘를 받고 미국 경찰은 수사의 초동 단계에서부터 경찰이 직접 검찰에 와서 구두로 보고를 하고 지시를 받으므로 더 철저하다.
경찰의 주장은 한국의 경찰이 독립된 수사권이 없다고 하지만 대한민국에서 이루어지는 수사의 90% 이상을 경찰이 독자적으로 다하고 있다. 중요한 인신구속을 할 경우 등에만 서류로 지휘를 받는 것이 현실인데 수사권이 없다는 말은 억지 논리가 지나치다. 단지 지휘니 하는 용어가 전 근대적이라서 기분이 나쁘다면 지시, 시정조치 등의 용어로 바꾸면 될 일이다.
경찰은 ‘경찰이 자신의 책임 하에 수사’하고 ‘검찰은 경찰의 수사결과를 철저히 통제’하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지금이 바로 그러한데 도대체 무슨 말장난인가. 그러면서 ‘검찰이 본연의 임무인 공소유지에 전념하는 체제로 전환되어야 한다.’고 쓰고 있는데 이는 공소유지만이 검찰 본연의 임무인양 아무런 근거 없는 전제를 설정하고 수사권을 경찰이 독점하고 싶은 속내를 드러낸 것이다.
결국 형사소송법 제195·196조의 문제는 어찌 보면 구시대적 용어의 문제일 뿐 현재 한국의 경찰은 미국보다도 더 독립된 수사권을 행사하고 있다고 아니할 수 없다.

4. 검찰의 수사권 박탈

경찰주장은 검찰의 수사권을 박탈하고 경찰만이 수사할 수 있는 기관으로 남고 싶다는 말을 하고자 한 것 같다. 표현이 애매하고 논거가 이상하여 본 뜻이 명확하지는 않지만 경찰의 그런 주장을 대변한 것으로 보인다.
과연 누구를 위하여 검찰의 수사권을 박탈하자는 것인가. 검찰의 수사권은 이 나라의 포청천이다. 조직범죄와 비리 공직자나 정치인 수사를 어느 국가기관이 검찰을 대체하여 해낼 수 있다는 말인가. 또, 어느 나라이건 매일 국민과 접촉하게 되는 수많은 경찰은 수시감독 없이는 부패하기 마련인데 이런 문제에 국민들이 하소연 할 데 없는 성역을 만들자는 말인가. 어찌 보더라도 결코 이는 국민을 위한 개혁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영국 검찰이 직접 수사를 하지 않는다고 해서 한국 검찰이 수사권을 갖는 것이 비민주적 제도라는 논리는 성립될 수 없는 것이다.
검찰이 지금까지 경찰이 잘 하고 있는 수사를 방해한 적이 있다면 예를 들어보라. 검찰의 수사권을 박탈한다면 그야말로 경찰은 수사의 독점 권력이 되어 전횡과 은폐를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경찰팟쇼를 초래할 것이며 민주와 법치의 위기가 올 것이다.

5. 결론

본인은 경찰의 주장이 경찰업무의 극히 일부에 불과한 수사라고 하는 특수 분야의 전문성과 준 사법기관으로서의 검찰에 대한 인식부족에서 초래된 것이라고 본다.
검찰이 경찰을 인격적으로 지배한다고 하는 주장도 사실이 아니다. 해방 후에는 상당 기간 일본 제도의 전통이 남아 있어 검사가 경찰 간부를 부하 직원처럼 다룬 적이 있다고 하나 이미 50년 전의 전설을 김 경무관이 실제로 겪는 현재의 일인 양 주장하는 것은 국민 기망행위이다.
벌과금 징수를 전적으로 경찰에 의존했던 때도 있었다. 지금 우리나라의 벌과금 징수실적은 50%에도 미달된다고 하니 심각한 국가권력 누수현상이다. 범법자 수십만명을 찾아서 징수하려면 법무부 직원 수천명을 늘려야 하니 부득이 숫자가 많은 경찰의 힘을 빌린 것이다. 경찰이 협조를 거부하면 형벌 집행이라는 국가기능이 마비되는데 그 협조가 그리도 억울한가.
본인은 경찰이 감정적이고 조직 이기적 관점에서 벗어나 국가라는 큰 관점에서 사물을 보기를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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