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개혁 실증적으로 다투어야 (한국일보 신윤석 국제부 부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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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홍보실 작성일05-05-25 16:28 조회8,823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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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2005.5.20.)에 게재된 "사법개혁 실증적으로 다투어야"란 제하의 한국일보 신윤석 국제부 부장대우의 시론입니다
“이 나라는 검사의 낙원이다.”
2002년 미국 형사학회 국제형사 부문 최우수 도서상을 수상한 ‘The
Japanese Way of Justice: Prosecuting Crime in Japan’이란 책에서 일본의 검찰제도를 표현한 구절이다.
하와이대 데이비드 T 존슨 교수가 1992~95년 일본에 머물면서 철저한 현장 취재를 토대로 쓰고 영국 옥스포드 대학에서 출판한 이 책은
일본의 검찰제도와 형사소송 체계를 아주 비판적으로 해부했다. 그는 미국에 비해 ▲적은 범죄 건수 ▲검찰에 개입하지 않는 정치 ▲너무나 꼼꼼한
법률 ▲배심원이 없는 법원 ▲검찰에 복종하는 경찰 등을 일본이 ‘검사의 낙원’인 이유로 꼽았다. 그러다 보니 일본에는 자백을 중시하는 수사관행,
검사의 재량적 기소 판단, 조서 중심의 형사재판 등의 문제점이 생겨났다는 것이다.
여기까지 읽으면 일본이 받아들인 대륙법적 형사소송
체계와 검찰제도를 다시 본 딴 한국에서도 옳은 소리라고 무릎을 칠 사람이 많을 것 같다.
그러나 이 책의 저자는 이런 문제 투성이인
일본과 일본에서 일부 사람들이 이상형으로 생각하는 미국을 실증적으로 비교해 보면 문제점이 많기로는 미국도 마찬가지라고 지적한다. 배심원과 공판
중심의 미국 형사제도는 ▲검사의 기소 남발 ▲양형과 판결의 일관성 결여 ▲자백을 통한 피의자의 반성 및 교정 과정 생략 등에서 일본만 못한
대목도 수두룩하다는 것이다.
그의 표현을 빌자면 “일본과 미국의 형사사법은 별세계처럼 다르다.” 그러나 “실체적 진실, 일관성 등 어느
나라나 이론상 공통으로 추구하는 가치관은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미국보다 오히려 일본에서 더 잘 지켜지고 있다.”
얘기가 이렇게 돌아가면
앞에서 무릎을 쳤다가 좀 김이 빠지는 느낌을 받는 사람도 있을지 모르겠다.
길게 책 소개를 한 이유는 한국 사법개혁에서 제일 시끌시끌한
공판중심주의로의 형사소송 제도 변경과 검사의 권한 논쟁에 냉정하고 실증적인 다툼이 부족하다는 우려 때문이다. 형사소송 제도는 근본적으로 경찰,
검찰, 법원, 교정행정이 다 걸리는 하나의 일관된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의 어디 한 부분을 수술하고 싶다면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 문제, 검찰의
수사 및 기소 문제, 법원의 공판 진행 문제를 한꺼번에 수술대에 올려 체계적으로 진단해야 한다.
본디 법원 개혁을 뜻하는 사법개혁이 마치
검찰개혁처럼 호도되는 것도 본질에서 벗어난 것이다. 한국의 검찰을 무작정 불신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럼 공판중심주의의 중심이 될 한국의 법원은
무작정 신뢰할 만 한가”라는 질문도 던져보고 싶다. 로스쿨, 국민참여 재판 등 한참 선진적으로 나가려는 한국의 사법개혁을 구닥다리 일본과
비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헌데 한국의 그것이 묘하게 일본의 사법개혁과 꼭 닮았다. 앞서 인용한 책이 ‘미국인이
본 일본의 검찰제도-일미 비교연구’라는 제목으로 일본에서 출판된 2004년이 로스쿨과 국민참여형 재판원 제도 도입이 일본에서 확정된 해였다.
그래서 존슨 교수는 일본의 사법개혁 논의를 염두에 두고 일본판 서문에 이렇게 적었다. “일본 형사사법은 앞으로도 변화를 계속하고 어느 면에서는
개선될 것이다. 하지만 변화는 반드시 진보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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