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소송법 개정 신중해야 (김철수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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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홍보실 작성일05-05-25 16:25 조회9,444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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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2005년5월4일)에 게재된 김철수 교수의 시론입니다
대통령 소속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사개추위)가 형사소송법 개정안에
대한 검찰의 요구 사항을 상당부분 수용키로 함으로써 양측의 갈등이 해소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다행이다.
앞서 평검사들이 사개추위의
공판중심주의 법정심리 절차 강화 방안에 대해 강력히 반발한 이유는 노무현정권들어 검찰죽이기가 행해지는 게 아닌가 하는 걱정 때문이다. 고위직
비리수사처를 만들어 고위공직자에 대한 수사권을 검찰에서 박탈하겠다는 발상과 경찰의 수사권 독립 움직임, 사개추위의 검사 작성 신문조서의 증거능력
부정 등이 겹쳐 검찰권을 약화시키려 한다고 보는 것이다.
검찰은, 대통령·정부가 그동안 검찰의 정치범죄와 선거범죄 수사에 대해 상당히
부정적이었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이번 기회에 눈엣가시인 검찰의 권력을 약화시키겠다는 의도가 있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과거 독재정권에 기생했던
검찰이라 하여 비판하는 실력자도 많다.
이에 대해, 사개추위는 해명서를 내어 공판중심주의적 법정심리 절차는 수사권을 폐지하거나 대폭
축소하려는 게 아니며 공판중심주의는 세계적 대세이고 피고인의 권리 보호를 위해 필요하다고 반박했다. 사실 피고인의 인권 보장을 위해서는 피의자
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나, 공판정에서의 검사신문권을 부정하는 것은 당사자주의에도 위반되는 것이다.
공판중심주의
법정심리 절차의 강화는 바람직하기는 하나 검찰이 지적하는 바와 같이 저효율·고비용의 제도임에는 틀림없다. 특히, 고위직 범죄자나 정치범죄, 대형
경제범죄의 경우 배심제까지 하게 되면, 당사자주의의 결과 검찰은 유능한 변호사와 법정공방을 벌여 증거를 제시하고 배심원을 설득해야 하니,
자칫하다가는 범죄자를 무죄로 방면하게 될 가능성도 짙다. 증거조사 과학수사가 미진한 나라에서의 이 제도 도입은 검찰권 약화 의도에서 나온 게
아닌가 하고 의심할 만하다.
우리나라의 검찰은 법관과 같은 자격을 가지고, 독립해서 수사 지휘를 할 수 있으며 파사현정(破邪顯正)을 위한
국가 기관이다. 그 동안 정치범죄나, 선거범죄, 고위직 독직행위 등을 수사하여 국민의 신뢰를 받아 왔는데, 갑자기 검찰의 권한을 약화시켜 그
권위를 실추시키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정부나 정치권은 사법개혁의 추진 과정에서 검찰의 위상을 실추시켜서는 안 될 것이다.
검찰의
경찰 수사지휘권 폐지 문제 때문에도 검찰의 사기는 떨어져 있다. 미국식 제도를 따른다면 경찰이 범죄자를 구금하고 검사는 공판에만 관여한다.
연방범죄에 대해서는 연방수사국(FBI)에서 수사하는데 이들은 우리나라 검사와 거의 같은 변호사 출신이다. 그런 만큼 검사는 기소하고 공판에서
변호사와 치열한 공방을 벌여 유죄를 이끌어내야 하는 것이다. 판사는 검사·변호사 경력 10년 이상자로서 우수한 사람만이 임명되거나 선임되기
때문에 법정에서는 거의 절대적 권력을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근 100년간 일본식 공판 관행을 유지해 왔다. 한때는 검사가 판사보다
우위에 있은 경우까지 있는데 이제 갑자기 판사 독단적인 공판심리 절차를 밟게 되면 검사들의 사기는 저하될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이 제도를
도입하려면 우선 판사의 격을 훨씬 높이고 검사의 직위가 격하돼야 하는데 이를 급속히 추진하는 것은 무리이기 때문에 좀더 시간을 갖고 냉정히
결정해야겠다.
국가안보·사회안전·범죄예방을 우선할 것인지, 피의자·피고인의 인권을 우선할 것인지의 문제는 양자택일(兩者擇一)의 문제가
아니고, 상호 조화점을 찾아야 할 문제이다.
[[ 김철수 / 명지대 헌법학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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