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의 핵심은 검찰의 중립화다(서경석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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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홍보실 작성일05-05-25 16:23 조회8,309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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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2005년 5월 7일)에 게재된 서경석 목사의 시론입니다
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 검찰과 경찰간 수사권 조정,
사법제도개혁추진위의 형사소송법 개정안 등 검찰 관련 쟁점들이 잇달아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다. 그런데 문제의 핵심은 검찰의 중립화다. 검찰이
공정하고 중립적일 때 우리의 삶이 얼마나 행복한가를 국민은 지난 2년간 경험한 바 있다. 그래서 검찰이 유전사업 의혹과 같은 사건을 외압의 영향
없이 철저하고 공정하게 수사할 수 있게 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검찰의 중립성 확보를 위한 제도적 장치도 필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중립성을 지키려는 검찰과 국민의 노력도 절실하게 요구된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정부·여당이 부패방지위원회 산하에
공직부패수사처를 설치하려는 시도는 옳지 않다고 본다.
공직자의 비리와 부패는 반드시 척결되어야 하지만 그 일은 대통령 직속기구가 할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공수처는 오랜 경험과 전문성을 필요로 하는 공직부패 수사를 검찰만큼 잘 할 수 없고, 수사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도
제대로 지켜낼 수 없다.
더욱이 대통령 측근 비리를 규명하는 일은 기대조차 할 수 없다. 설사 공정하게 수사했더라도 국민이 그 결과를
쉽게 승복하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더 큰 문제는 그동안 정부가 검찰에 대한 개입과 간섭을 계속해 온 점을 고려할 때 공수처 설치가
정치권력이 검찰을 장악하려는 의도로 의심된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국민은 이를 지지하기 어려울 것이다.
검찰과 경찰 간의 수사권 조정
문제나 사개추위의 형사소송법 개정안 역시 검찰의 권한을 축소시키려는 정치적 의도에서 비롯된 것으로 비치는 측면이 있다. 그렇게 되면 보다 나은
사법제도를 위한 실사구시(實事求是)적 토론은 사라지고 외압을 가하는 권력과 항명하는 검찰 간의 힘겨루기만 남게 된다.
이러한 불행한
사태를 피하려면 정부가 형사소송법 개정을 밀어붙이지 말고 법조계와 학계가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논의하도록 해야 한다. 수사권 조정도 끝까지
검찰과 경찰이 자율적으로 조정하도록 하고 정부가 강제하지 말아야 한다.
사법제도의 근간을 바꾸는 개혁일수록 졸속이 되면 안 되기 때문이고
또 그래야만 정치적 의도가 아님을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검찰은 공수처 설치와 같은 움직임이 검찰 스스로
수사권과 기소권의 남용을 통제할 확실한 장치 마련을 소홀히 했기 때문에 나온 것임을 알아야 한다. 검찰이 정치권력의 통제에서 벗어나 막강한 힘을
행사하는 것을 정치권력은 결코 바라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검찰은 권력의 외압을 막아내기 위해서도 시민사회의 통제와 감독을 자청해야
한다. 이미 검찰이 시민사회 인사로 구성한 감찰위원회의 권한을 크게 강화하여 검사의 비리뿐만 아니라 수사권·기소권의 남용까지 감독하게 할 필요가
있다.
또 대검 감찰부장도 개방형 임용제로 외부에서 선임하여 상부의 눈치나 진급, 혹은 제 식구 감싸기에 신경 쓰지 않고 검찰에 대한
국민 불만을 접수해서 철저하게 시정케 해야 한다. 검찰이 수사권과 기소권의 남용이 없도록 알아서 잘 하겠다는 정도의 다짐만으로는 결코 외압을
막아낼 수 없다.
아울러 검찰은 수사권 조정 등 사법제도의 변화에 대해 좀 더 신축성 있게 대응해야 한다. ‘평검사 회의’와 같은 검찰의
이례적인 움직임이 검찰의 중립성을 지키기 위한 자위(自衛) 행위일 때에는 국민이 이를 지지할 수 있지만 검찰의 이익을 지키기 위한 움직임으로
보일 때는 국민은 지지를 철회할 것이다.
평검사 회의가 검찰의 중립성을 지키기 위한 불가피한 움직임으로 이해되기를 원한다면 지킬 것과
양보할 것을 잘 헤아림으로써 직역(職域) 이기주의의 표출이 아님을 국민에게 보여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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