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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하게 살라" 자식버린 모정..檢 감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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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17-11-13 14:42 조회13,85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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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연합뉴스) 정윤덕 기자 = 생활고에 허덕이다 자식들 중 일부나마 따뜻한 곳에서 밥이라도 든든히 먹으라며 경찰 지구대로 들여보낸 뒤 발길을 돌려야만 했던 모정(母情)을 검찰이 감싸안았다.

  대전지검 제3형사부는 최근 유기 혐의로 불구속 송치된 A(25.여)씨의 안타까운 사연을 듣고 그를 기소유예하는 한편 자식들과 생활할 수 있도록 월세방까지 마련해줬다.

  A씨는 1998년 B(35)씨와 동거를 시작해 아들 셋(9, 8, 6세)과 딸 하나(4)를 낳았는데 동거남이 2006년 도망가는 바람에 충남 연기의 한 농장에서 일하며 아이 넷을 혼자 키웠다.

  그러나 지난해 말 농장에서 해고돼 일정한 주거도 없이 아이들과 떠돌다 경기 수원의 양돈업체에 일자리가 있다는 말만 듣고 무작정 4남매를 데리고 찾아갔으나 이미 다른 사람이 취업돼 결국 A씨와 4남매는 오갈 데도 없게 되고 말았다.

  추위라도 피해야겠다는 생각에 A씨는 수원의 한 병원에 몰래 들어가 환자들이 남긴 밥을 아이들에게 먹이면서 1주일 가량 생활했으나 병원 직원에게 발각돼 쫓겨났고 추운 거리를 전전하다 아이들이 배고파 울부짖자 A씨는 지난 1월 10일 첫째와 둘째 아들에게 "경찰 아저씨들이 밥을 줄 것"이라며 수원남부경찰서 매탄지구대에 들여보낸 뒤 눈물을 흘리면서 나머지 아이들의 손을 이끌고 돌아섰다.

  당시 A씨가 아들 둘을 지구대로 들여보내며 손에 쥐어준 편지에는 "이런 식으로 해서는 안 되는 것을 알지만 배고파하는 아이들을 보고 있으려니 너무 고통스럽네요. 여건이 되면 꼭 찾아갈 테니 우리 불쌍한 아이들 따뜻한 곳으로 보내주세요. 이틀째 아무것도 먹이지 못했어요. 밥을 먹고 싶어 하는데 밥 좀 먹여주세요"라는 애절한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이후 조치원으로 다시 간 A씨는 일자리를 구하자마자 아이들을 찾기 위해 매탄지구대에 전화를 걸었다가 불구속 입건됐다.

  사건을 송치받은 이주영 검사는 A씨의 편지내용을 보고 그를 처벌(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하는 것보다 경제적인 후원을 통해 가정이 해체되지 않게 하는 것이 잠재적인 추가범죄를 실질적으로 예방할 수 있고 자녀들이 건전한 사회구성원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주는 것이라는 판단을 내렸다.

  검찰은 A씨를 기소유예하는 동시에 범죄예방위원대전지역협의회와 함께 후원금을 모아 A씨 가족에게 월세방(보증금 200만원, 월세 25만원)을 구해줬다.

  조근호 지검장은 4남매의 교육을 위해 컴퓨터 1대를 기증했으며 범죄예방위원들은 이불과 쌀 등 생활용품을 지원하는 한편 이사할 집의 도배와 이삿짐 운송을 맡았다.

  또 한 병원에서는 4남매에게 무료진료를 해주기로 약속했으며 푸른꿈어머니회에서는 반찬을 만들어주는 등 생활지원을 해주기로 약속하는 등 온정의 손길도 잇따랐다.

  이주영 검사는 "엄격한 법의 잣대만 들이대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효과적인 문제해결이라고 생각했다"며 "'다시는 후회할 행동을 하지 않고 아이들과 열심히 살겠다'고 몇번이나 다짐하는 A씨를 보고 큰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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